음식 알레르기2-무엇이 나의 아이를 아토피 피부염 환자로 만드는가

지난 포스팅의 마지막에서 병원에서 만날 수 있는 아토피 피부염과 음식 알레르기에 대한 반응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이 정도의 음식 알레르기를 도대체 왜 차단하나요?’라는 반응이라고 하였습니다. 계란이나 우유는 서구화된 현대인의 식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식재료입니다. 당연히 이 둘을 식이에서 제한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물론 비건(vegan)처럼 신념에 의한 제한은 예외이지만요. 그러므로 계란과 우유를 식이제한 하는 것은 모든 음식 알레르기 환자가 원해서 하는 일은 아닙니다. 원하지 않지만 염증이 생기는 증상/질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합니다. 그런데 만약 병원에서 그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한다면 모든 환자가 당연히 식이제한을 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포스팅을 진행하기 전에 이 글은 특정 의료기관/특정과나 의료진을 비판하기 위해서 작성한 것이 아니라 한국의 의료현실을 정확하게 알아야 왜 지금의 아토피 피부염 진료에서 환자가 느끼는 혼란이 발생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작성된 글임을 먼저 밝힙니다.​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큰 전제조건을 이해해야 합니다. 둘은 다음과 같습니다.​1.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는 음식 알레르기는 진료하는 의료진의 성향에 따라 전혀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2. 아토피 피부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증상의 악화(flare up)이며 이 시기를 어떻게 조절하는냐가 질병의 경과를 결정한다.​2년 전쯤 열린 한 심포지움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하려 합니다. 그 심포지움은 ‘졸레어(Xolair)’에 대한 심포지움 이었으며 유럽에서 강사가 초빙되어 2일 간 진행된 행사였습니다. 그런데 매우 이상하게도 호텔의 복도를 마주보고 두 개의 컨퍼런스룸이 행사장소로 이용되었으며 같은 강사가 같은 주제의 강의를 시간을 달리하여 두 개의 컨퍼런스룸을 옮겨다니며 2번씩 진행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같은 컨퍼런스룸에서, 한 번의 행사만 진행하면 될 것을 왜 이런 방식으로 똑같은 강의를 두 번씩 진행한 걸까요?그 이유는 (제 기준으로는) 매우 이상하고 또 매우 희한했습니다.복도를 마주 본 두 개의 컨버런스룸의 하나의 방에는 피부염을 진료하는 더마톨로지스트(dermatologist)라고 하는 피부과 의사들이, 다른 방에는 알러지스트(allergist)라고 하는 알레르기를 진료하는 내과계 의사들이 각각 있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질병이지만 질병을 바라보는 입장이 다른 두 개의 영역 의사들이 일종의 서로 같이 하기 싫어하는 성향때문에 같은 프로그램을 둘로 나누어 반복하며 진행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강의내용은 동일했습니다. 강사와 강의 내용은 동일했지만 그것을 듣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입장이 달랐기 때문에 한 공간에서 강의가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두 개의 영역, 피부염을 진료하는 영역과 알레르기를 진료하는 영역이 합쳐진 질환이 바로 아토피 피부염입니다. ​아토피 피부염은 피부장벽기능이상(피부염)과 면역반응조절이상(알레르기)이 같이 작용하는 질환입니다. 한국의 의료시스템상 피부염에 해당하는 증상은 보통 피부과에서, 알레르기에 해당하는 질환은 증상이 발현되는 양상에 따라 피부과, 소아청소년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에서 진료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의료기관들에서 만든 알레르기 센터의 진료는 대부분 소아청소년과에서 합니다. 반면에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청소년이나 성인이 그냥 아토피 피부염으로 대형병원을 방문하면 보통 피부과에서 진료를 봅니다. 그리고 같은 음식 알레르기이지만 피부과 영역에서의 아토피 피부염 진료 가이드 라인은 미국 AAD의 아토피 피부염 진료 가이드 라인에 따라 진료하며 소아청소년과 영역에서는 음식 알레르기의 진료지침에 맞춰 진료를 하며 이 경우 진료지침은 즉시성 반응에 맞춰져 있습니다. 보통 미국의 AAAAI의 내용을 따라갑니다. 아직 정확한 진료 가이드 라인은 없습니다. 다만 2010년에 나온 미국 NIAID의 가이드 라인을 진료의 기본으로 합니다. 좀 어렵게 들리지만 쉽게 표현하면 음식 알레르기를 가진 영유아 아토피 피부염 환자를 진료할 때 피부과 영역에서는 ‘먹을 수 있지만’ 먹다보면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는 측면에서 아토피 피부염과 음식 알레르기의 관계를 생각하며 진료를 합니다. 반면에 알레르기 영역에서는 처음부터 즉시성 반응에 진료의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이는 ‘그 음식을 ‘먹을 수 있느냐’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럼 환자는 같은 증상, 같은 질병을 가지고 있지만 내가 어느 곳에서 진료를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있습니다.​다음으로 아토피 피부염은 특유의 증상 악화기인 ‘플레어(flare)’가 있습니다. 플레어는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매우 중요하므로 시리즈에서 따로 포스팅을 할 예정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대략적인 설명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AAD의 가이드 라인에 따르면 아토피 피부염의 증상 악화기인 플레어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가이드 라인을 인용합니다.​AD is characterized by periods of acute worsening (‘‘flares’’) alternating with periods of relative quiescence after treatment. 아토피 피부염은 치료를 하면 호전되지만 다시 급성으로 강하게 증상이 주기적으로 악화되는 플레어가 특징적으로 발생한다. ​그러므로 이 플레어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AAD의 가이드라인은 플레어를 조절하고 주기적인 증상악화를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이 권고하고 있습니다. 권고사항은 그 강도(Strength of recommendation)에 따라 A,B,C로 나누어 있으며 A가 가장 강한 권고사항입니다. 그리고 권고사항을 뒷받침하는 근거(Level of evidence) 를 I,II,III으로 구분합니다. 당연히 I이 가장 강한 근거를 가진 것입니다. 그러니 이 가이드라인에서 A의 권고사항이 I의 근거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아토피 피부염의 진료에서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입니다. 가이드 라인에 따르면 플레어를 예벙하기 위해서 이런 조건을 지닌 권고사항은 단 4개 밖에 없습니다. 가이드 라인을 인용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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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4가지를 순서대로 살펴 보겠습니다. 위의 표에서 빨간색 박스로 표시한 부분입니다.​1. 국소 스테로이드 외용제의 적극적인 사용(Proactive use of topical corticosteroids)국소 스테로이드 외용제의 적극적인 사용은 이번 시리즈에서 여러번 강조하였으므로 지나가겠습니다.​2. 국소 칼시뉴린 억제제(TCI)의 적극적인 사용(Proactive use of topical calcineurin inhibitors)TCI는 프로토픽과 엘리델을 말합니다. 국소 스테로이드 외용제와 TCI를 모두 적극적으로 사용하라고 되어 있지만 제 경우 보통 설명드릴 때 스테로이드 외용제는 급성 피부염에 더 적합하며 TCI는 만성 피부염에 더 적합한 치료제로 설명합니다. 에이아이 알레르기 클리닉을 다니는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초기에는 스테로이드 외용제가 주로 사용되지만 급성 피부염의 시기가 지나면 점점 프로토픽과 엘리델이 주된 외용제가 됩니다. ​3.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Structured education programs)제 주변에서는 제가 아직도 논문을 읽고 다시 번역하고 해설해서 블로그나 카페에 글을 쓰는 것을 보고 놀라는 분들이 있습니다. 벌써 시작한지 10년 정도 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토피 피부염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환자, 보호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입니다. 이 질환은 자칫 잘못하면 착각과 혼동에 빠질 수 있고 특히 한국은 민간요법, 한방요법 등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유통하는 곳이 너무 많아서 더더욱 환자, 보호자가 질병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료시간에 충분히 설명하려해도 할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한 내용은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블로그, 카페에 글로 전달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4번째 것이 무엇일까요?​4. ‘진짜’ IgE 매개 알레르기의 차단(Avoidance if ‘true’ IgE-mediated allergy)4번째가 바로 IgE 매개 알레르기의 차단입니다. 그런데 왜 ‘진짜’라는 표현을 썼을까요? 제가 쓴 예전 포스팅을 보면 2년 전쯤 JACI의 한 논문에서 미국의 음식 알레르기 진단의 오진률이 너무 높음을 지적하며 그 수준을 ‘재앙적’ 오진으로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범을 패널검사(panel test)로 들었습니다. 패널검사라고 하면 좀 생소하시겠지만 이 검사의 다른 명칭이 있습니다. 바로 ‘마스트(MAST) 검사’입니다. 알레르기를 진단하는 혈액검사는 이뮤노캡, 캡검사가 유일합니다. 그런데 캡검사를 했다 할지라도 성분검사(CRD)가 아닌 전성분 검사(crude)만을 하면 오진률이 높습니다. (예를들어 오보뮤코이드를 검사하는 것이 아닌 난백만을 검사하는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 지연성 반응을 본다고 해서 IgG4를 마스트 검사처럼 패널검사로 하는 경우는 논할 가치도 없습니다. ​그럼 앞서 설명드린 두 가지의 내용을 합쳐 한국의 아토피 피부염 진료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설명해 보겠습니다.먼저 피부과적 영역입니다. 피부장벽기능이상에서 나오는 피부염으로 인한 플레어를 조절하기 위해 AAD의 권고사항 4가지 중 보통 2가지는 잘 이루어집니다. 국소 스테로이드 외용제와 TCI의 적극적인 사용입니다. 하지만 환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며 문제는 바로 알레르기 부분입니다. 한국의 피부과에서는 알레르기 검사를 혈액검사로 한다면 거의 대부분, 아니 아마 100%의 경우 마스트 검사를 합니다. 미국에서 재앙적 오진률을 만들고 있다는 바로 그 검사입니다. 그럼 환자에게는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플레어를 유발하는 알레르기를 놓치며 아토피 피부염의 조절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다음으로 대형병원의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센터입니다. 아토피 피부염으로 온 환자에게 면역반응 조절이상, 즉 알레르기 부분의 진료에 주된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음식 알레르기란 즉시성 반응, 즉 두드러기, 혈관부종, 아나필락시스를 유발하는 수준의 음식 알레르기의 진단을 뜻합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처음부터 아토피 피부염의 면역반응조절이상을 유발하는 음식 알레르기는 ‘못 먹는’ 음식 알레르기가 아닙니다. ‘먹을 수 있지만’ 먹다보면 아토피 피부염이 생기는 음식 알레르기입니다. (처음부터 먹을 수 있는 수준의 음식 알레르기 이므로 유발검사를 하면 상당수가 그냥 테스트를 통과합니다.) 그럼 정반대의 처방이 나오게 됩니다. 아토피 피부염의 가이드 라인에는 알레르기를 차단하고 했는데 오히려 정반대로 해당 음식 알레르기를 왜 안먹냐고 먹으라고 반문합니다. 바로 ‘이 정도의 음식 알레르기를 도대체 왜 차단하나요?’라는 반응입니다. 제가 보호자분에게 전해들은 이야기에는 이런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에이아이 알레르기 클리닉 가면 어차피 차단하라고 하는데 왜 가나요? 전 먹여서 치료하는 걸 택할꺼예요.’이번 ‘무엇이 나의 아이를 아토피 피부염 환자로 만드는가’ 시리즈 포스팅을 처음부터 따라오신 분들은 이쯤되면 그 이야기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먹어서 치료하는 음식 알레르기는 처음부터 극복되지 않는 음식 알레르기입니다. 극복되지 않는 음식 알레르기만이 구강면역치료의 치료대상입니다.2. 극복되는 음식 알레르기는 자연극복으로 관용을 획득하는 것이며 음식을 먹느냐 안먹느냐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관용은 성장하며 자연적으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3. 충분히 극복되지 않은 알레르기 유발음식을 섭취하면 후기반응으로 염증이 발생합니다. 아토피 피부염입니다.​그럼 앞서 먹어서 치료하는 것을 택한다던 보호자에게 그것을 지시한 의료진의 판단은 어디에 근거한 것일까요?AAD의 가이드 라인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Children <5 years of age with moderate to severe AD should be considered for food allergy evaluation for milk, egg, peanut, wheat, and soy if at least 1 of the following is met: (A) persistent AD in spite of optimized treatment or (B) having a reliable history of immediate reaction after ingestion of a specific food.5세 미만의 중~고등도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다음의 2가지 조건 : (A) 적절한 치료를 함에도 불구하고 지속하는 아토피 피부염 (B) 특정음식을 섭취한 다음에 즉시성 반응이 발생했던 믿을만한 과거력, 이 둘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반드시 계란, 우유, 땅콩, 밀, 대두 같은 음식알레르기의 평가를 고려해야 한다.​그럼 포스팅의 결론으로 가기위해 마지막으로 '무엇이 나의 아이를 아토피 피부염 환자로 만드는가' 시리즈 중 '음식 알레르기' 부분의 포스팅을 시작하며 소개한 케이스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적절한 치료를 했음에도 지속되는 아토피 피부염 증상으로 병원에 내원한 36개월 아이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미 어무이는 아이가 좀 더 어릴적 어떤 음식에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어렴풋이 의심을 했던 과거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하며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것처럼 보이다가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가려워 피부를 긁어 아토피 피부염을 만들었으며 약을 사용하면 좋아지지만 약을 중지하면 다시 증상이 발생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고 합니다.캡검사상 아이가 계란의 성분단백인 오보뮤코이드(ovomucoid)에 3단계, 우유의 성분단백인 카제인(casein)에 2단계 정도의 알레르기가 있습니다.'​이 경우 이 아이를 진료한 의료진은 어떤 판단을 해야할까요?판단은 시리즈 포스팅을 읽으신 분들이 직접 해보시기 바랍니다.​에이아이 블로그는 원래 제가 댓글에 다시 답글을 달지 않습니다.직접 진료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글이 오해를 나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다만 이번 시리즈의 글은 포스팅에 댓글에 나온 내용을 모아 시리즈 포스팅이 끝난 후 추가적으로 궁금증에 대한 에필로그 포스팅을 올리려 합니다.그러니 질문이 있으시거나 궁금하신 부분은 해당 포스팅에 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www.aiclinic.co.kr